구름한점 없는 푸른 하늘 아래.

활활 타오르는 태양에 가열된 학교의 옥상.


---그곳은 전장이였다.

어떤 사람은 건조된 오징어처럼 바닥에 달라붙은 채로.

어떤 사람은 부자연스럽게 벽에 기대어서.

이미 정오를 한참 지난지 한참임에도 불구하고.

쓰러져있었다. 다들 쓰러져있었다. 죽은듯이 미동도 안하며 쓰러져있었다.

아니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으니.


다만...


"드르---------러어엉-----!!"

짐승의 표효처럼 들리는 코골이와...


"까드드드드드드드득"

칠판을 못으로 긁는듯한 이가는 소리.


그리고...


스륵. 탁.

오른팔에 차고있던 듀얼 디스크가 중력에 따라 바닥으로 낙하한다.

그것을 잡고있던 청년은 이내 흔들 거리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큰 대자로 뒤로 넘어진다.


"끝났군. 하하. 정말 미친짓였다고."

꿈틀꿈틀, 미친듯이 경련하는 전신의 근육의 호소를 느끼면서도 입에 미소를 띄우는 청년. 

다행히도 서늘한 바람이 솔솔 불어서인지 내리쬐는 태양에 비해 그다지 기온이 높지 않다.

땀 흘린 옷이 기분나쁘게 피부에 들러붙었으나 지금은 그거마져도 신경쓰이지 않는다.


이곳은 전장. 하지만 지금은 짧은, 정말 한순간의 휴식.

하늘을 바라보며 키리시마 미나토(霧島 港)는 쓴웃음을 띄운채로 눈을 감는다.

그런 그의 옆에서 가벼운 발소리와 함께 기분좋은 미성이 귓가로 파고든다.


"어머? 그럼 왜 도망가지 않은거야? 너라면 이렇게 되기 전에 충분히 도망칠수있었을텐데?"


"농담이지?"


비아냥 거리듯 대답을 하자 목소리의 주인은 '응' 라고 하며 쿡쿡 웃는다. 

쓸데없이 요염한 목소리에 한숨을 내쉬며 시현은 눈을 감는다.

잠시 그렇게 기분좋게 누워있자 그의 가슴위로 뭔가 올라타는 감촉이 느껴진다.


"어이. 무겁다고?"


"후후. 숙녀에게 그런 말은 레드카드야?"


"어짜피 퇴장시켜주지도 않을텐데 뭐 어때?"


실눈을 뜨고 자신의 가슴위로 시선을 보내자,  유쾌한듯이 혹은 기분좋은듯이 꼬리를 살랑이는 그녀와 시선이 마주친다.


균형잡히고 유연한 신체, 반짝이는 사파이어같이 푸른 눈, 요염한 흰색의 머리... 묘사만 들으면 미녀로 들리지만 몸위로 올라탄 상대가 고양이여선 색기도 뭣도 없다.


'뭐 본인에게 말하면 맞겠지만...'


"그래서 정말 후회안하겠어?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는 않았는데?"


가르릉 하고 속삭이듯 말하는 그녀를 잠시 보다가 나직히 쓴웃음을 지으며 시현은 하늘을 다시 쳐다본다. 잠시 그렇게 흘러가는 구름을 쳐다본 뒤 그는


 "너랑 만난뒤 고생이란 고생은 피똥쌀만큼 했지만, 뭐 아무렴 어떠겠어. 내가 원래 있던 세계에서의 -죽음을 보는 놈이라던가 몸이 검으로 된 놈이라던가 트럭에 치인 놈들이라던가, 혹은 우리나라에 범람하는 한강에서 뛰어내리는 놈들을 보면. 아무래도 이쪽 지방에는 고등학생에게 내려지는 무슨 저주라도 있는 모양이거든? 진정한 고등학생이 되려거든 이상한 일을 하나씩은 겪어라! 같은. 그게 성배전쟁이든, 사도와 싸우는 일이든, 이계에서 깽판치는 일이든."


크큭하고 나직히 웃으면서 한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털의 촉감을 느끼며 마지막 말을 고했다


"갑자기 실은 자신에게 있어서 창작의 세계에서 말하는 고양이에게 이끌려 이상한 나라의 이방인의 역활을 맡는 일이든 말이야. 뭐 그렇게 되었으니 걱정 말라고, 이렇게 된 이상 지옥 밑바닥까지라도 같이 가줄태니까.


"그래."


살며시 꼬리가 얼굴을 쓰다듬는 감촉. 고개는 돌렸지만 왠지 기쁜듯한 소리. 그런 그녀의 소리를 들으며 미나토는 한번더 키킥 웃은뒤


"뭐 일단 한숨 잘태니까 시간되면 깨워달라고?"


"날 대체 뭘로 아는거야... 30분이면 됐지?"


충분해. 라고 대답한 그는 가슴위에 느껴지는 기분좋은 중량감을 즐기며 눈을 감고 수마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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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ugene 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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